면벽(面壁)은 ‘벽을 마주함’을 뜻합니다. 주로 타종교에서 자신을 수양할 때 행한 수련 가운데 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. 그런데 왜 벽을 앞에 두고 수양을 할까 생각해봅니다. 개인적으로 ‘면벽’을 해보지 않았습니다. 그런데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벽은 변하지 않습니다. 언제나 동일합니다. 하지만 벽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매우 복잡합니다. 그러므로 벽 앞에서 벽을 보는 것이 아니라,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기 위함이라고 생각됩니다.
어제 아침 기도 시간에 십자가를 한참 바라보았습니다. 십자가 앞에서 나를 보게 됩니다. 그리고 주님의 시선을 마주하게 됩니다. 첫 마음이 ‘죄송함’입니다. 그리고 ‘감사함’입니다. 다른 어떤 것도 생각나지 않았습니다.
자아 발견의 여정에서 우리는 종종 도망가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.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 두렵기 때문입니다.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것을 아시고도 늘 함께하십니다. 벌주시기 위함이 아니라, 용기 내서 돌아오도록 부르시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. 하나님은 우리가 하나님을 바라볼 때 절대로 외면하지 않으십니다. 우리의 상처와 실패, 두려움의 자리에서조차도 거절치 않으시고 만나 주십니다.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십니다. “내 아들아, 딸아, 사랑하다”.